줄이고, 비우고! – 고현권 목사

줄이고, 비우고! – 고현권 목사

지난 주 주보 칼럼에 긴박했던 저의 집구하기 과정에 대한 글을 읽고 많은 성도님들이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워낙 촉박하게 이루어진 관계로 이삿짐 정리도 지난 주간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물론 그 이전부터 책은 어느 정도 미리 싸두었지만, 옷과 다른 살림살이는 생활에 직결되기에 이사가 확정되기 전에는 그대로 둘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을 끝마치고 저녁 식사를 마친 뒤에 늦은 밤까지 이사짐을 쌌습니다. 새로 구한 집은 현재 살고 있는 곳보다 공간이 조금 더 작은 곳이기에 결국 이삿짐을 줄이는 방법 밖에는 없었습니다. 버릴 것을 정함에 있어서 한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미국생활 25년 동안 거의 사용되지 않는 물건들이 제법 있더라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을 정리하지 않고 계속 간직한 것은 언젠가는 쓰일 데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거의 쓰이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물건에 대해서는 미련을 버리고 내려놓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또한 물건 하나 하나에 나름의 스토리와 추억이 들어있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삿짐을 싸다가 잠시 손을 놓고 그 물건에 관련된 추억을 떠올리며 그 시절로 되돌아갔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책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고단한 유학생활과 이민목회 과정에서 한끼를 덜 먹어도 책은 사야겠다는 일념으로 제법 많은 책들을 구입하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저에게는 너무나 행복한 자산이었습니다. 그런데 거듭되는 이사 가운데 이제는 감당할 수 없는 짐이 되었습니다. 이번에 살을 베는 심정으로 그 중 일부를 정리하였습니다. 그리고 목표를 세웠습니다. 은퇴할 때까지는 책장 두 개 분량만 남기고 기증을 하든지, 인터넷을 통한 중고책 판매를 하든지, 잘라서 PDF 파일로 만들든지, 여하간에 줄이기로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삿짐을 싸고, 줄이면서 영적인 접근으로 이어졌습니다. 주님이 우리를 부르셔서 천국으로 이사갈때에 이 땅의 것은 단 하나도 가지고 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영원히 소유하고 천국에도 가져갈 것처럼 간직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이 참에 줄이고, 비우고, 나누는 기회가 되시길 바랍니다. 주일에는 새 안식처에서 교회로 나가게 되어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