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를 생각하며 — 고현권 목사

엘리자베스 2세를 생각하며 — 고현권 목사

영국의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Queen Elizabeth II)가 지난 9월 8일 향년 96세를 일기로 서거하셨습니다. 1926년에 태어났으니 정규섭 장로님보다 한 살 어린 동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1952년에 왕위에 올랐기에 올해가 왕위에 등극한지 70년 되는 이른바 “플래티넘 쥬빌리”(Platinum Jubilee)가 됩니다. 9월 19일에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교회당(Westminster Abbey)에서 거행된 그 분의 장례예배를 인터넷으로 지켜 보면서 상념에 잠겼습니다. 

많이 알려진 대로 원래 그녀는 영국의 왕위 계승자가 될 수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조오지 5세의 차남으로 장남인 에드워드 8세가 왕위를 계승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큰 아버지 에드워드 8세가 미국 출신의 윌리스 심프슨과 사랑에 빠졌는데, 그녀의 이혼 전력 때문에 왕실과 영국 정부에서 왕위와 사랑 중에 하나를 택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그러자 에드워드 8세는 사랑을 위해 왕위를 포기해립니다. 이로 인해 동생인 조오지 6세가 얼떨결에 왕위에 오르게 됩니다. 그런데 조오지 6세는 너무나 심한 말더듬 장애를 가졌는데, 피나는 훈련을 통해서 극복하게 됩니다. 이것을 그린 영화가 “킹스 스피치”(King’s Speech)입니다. 조오지 6세는 엘리자베스와 마거릿 두 딸을 낳았는데, 장녀인 엘리자베스가 아버지를 뒤이어 왕위에 오르면서 엘리자베스 2세가 된 것입니다. 70년 재위 동안 여왕이 썼던 왕관의 무게는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특별히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대로 자녀들의 스캔들이 여왕을 짓눌렀을 것입니다. 그러나 특유의 온화함과 친화력으로 국민들을 품으면서 나라를 이끌어간 여왕의 리더십은 영국인들의 존경을 받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엘리자베스 2세의 장례예배를 지켜보다가 문득 성경의 한 인물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세례 요한의 어머니인 엘리사벳입니다. 엘리사벳을 영어로 표기하면 “Elizabeth”가 되는데, 영어 이름 엘리자베스가 바로 여기서 나온 것입니다. 엘리사벳의 이름의 뜻은 “나의 하나님이 맹세하고 약속하시다”입니다. 하나님이 자기 이름을 걸고 맹세하고 약속하신 것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뜻입니다. 엘리자베스 2세의 서거와 장례를 지켜보다가 세례 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을 떠올리게 되면서 거의 다 마무리 단계였던 설교 원고를 뒤로 하고 엘리사벳이 나오는 누가복음 1장으로 설교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님!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주님안에서 안식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