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와 처자와 교우를 주님께 부탁합니다!”

“노모와 처자와 교우를 주님께 부탁합니다!”

“노모와 처자와 교우를 주님께 부탁합니다!”—주기철 목사

나는 팔십 넘은 어머님이 계시고 병든 아내가 있고 어린 자식들이 있습니다. 남의 아들로의 의무도 지중하고 남의 가장 남의 아비 된 책임도 무겁습니다. 자식을 아끼지 아니하는 부모가 어디 있으며 부모를 생각지 아니하는 자식이 어디 있겠습니까. 내 어머님이 나를 낳아 애지 중지 키우고 가르치신 은혜 태산같이 높습니다. 어머님을 봉양하지 못하고 잡혀 다니는 불효자의 신세 어머니 생각이 더욱 간절합니다. 내 어머님은 금지 옥엽으로 길러주신 이 몸이 남의 발길에 채우고 매맞아 상할 때 내 어머니 가슴이 얼마나 아프실고! 춘풍 추우 비바람이 옥문에 뿌릴 때 고요한 밤 달빛이 철창에 새어들 때 어머님 생각 간절하여 눈물 뿌려 기도하였습니다. 어머님을 봉양한다고 하나님의 계명을 범할 수도 없습니다. 주님 십자가에 달리실 때 당신의 아픔도 잊으시고 십자가 밑에서 애통하는 어머님을 제자 요한에게 부탁하시던 주님 심정 어떠하였을고! 십자가 하에서 가슴치며 애통하시는 성모 마리아의 아프신 가슴 어떠하였을까? 오! 당신 어머님을 요한에게 부탁하신 주님께 내 어머님도 부탁합니다. 불효한 이 자식의 봉양보다 무소 불능하신 주님께 내 어머님을 부탁하고 나는 주님 자취를 따라 가렵니다. 연약한 나를 붙들어 주옵소서. 사랑하는 나의 어머님을, 팔십 넘어 늙으신 내 어머님을 자비하신 주님께 부탁합니다.

남편이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가 남편을 연모하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내 아내는 병약한 사람으로 일생을 내게 바치었거늘 나는 남편 된 의무를 못합니다. 병약한 아내를 버려 두고 잡혀 다니는 이내 마음 또한 애처롭습니다. 오! 주님께서 당신의 신부되는 어린 교회를 뒤에 두고 골고다로 나가시는 심정이 어떠하셨습니까! 병든 내 아내도 주님께 부탁하고 불초 이 내 몸은 주님의 자취! 주님의 눈물 자취를 따라 가렵니다. 연약한 나를 붙들어 주시옵소서.  세상에 제 자식을 돌보지 않는 자 어디 있으며 자기 아버지를 의지하지 아니하는 자식이 어디 있겠습니까? 나도 네 명의 아들이 있어 어린것도 있습니다. 아버지로서 자식을 키우고 가르칠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우는 어린것을 뒤에 두고 잡혀 다니는 마음 또한 애처롭기 끝없습니다. 아버지가 나라에 역적으로 잡혀 죽으면 그 자식들이 어디서 어떻게 살 수 있겠습니까? 짐승도 제 새끼를 사랑하거든 어린 자식 떼어 두고 죽음의 길을 떠나지 아니하지 못하는 이 내 마음 끝없이 비참합니다. 주님 십자가를 지시기 전날 밤에 당신의 자식같은 제자들을 앞에 모으시고 위로하시는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눈물 어린 말씀이었고 교훈하시는 말씀, 말씀이 피 끓는 소리였습니다. 어린 자식과 같이 연약한 제자들을 뒤에 두시고 십자가에 달리시는 주님의 마음 어떠하셨으리까! 연약한 제자들을 뒤에 두시고 골고다로 향하신 주님께 나의 자식을 부탁합니다.

*신사참배 반대로 구속되기 직전 주일에 행했던 주기철 목사님의 설교 “나의 오종목의 기원”의 세번째 항목입니다. 귀한 은혜가 될 것 같아서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