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에 모든 사역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 뭔가 모르게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혹시라도 몸살이 나면 주중의 스케쥴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수요예배 설교를 늦은 밤까지 마무리하고 잠이 들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월요일 아침에 목감기가 왔습니다. 그래도 미리 수요 말씀을 준비했다는 안도감으로 약을 먹고 쉬면 되겠지 라는 생각을 하였는데, 저녁부터 본격적으로 감기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떄마침 많은 눈이 온다는 일기예보에 새벽기도는 힘들 것 같아서 참석자들에게 연락을 드렸습니다. 화요일 오전에 겨우 정신을 추스리고 점심이 지나서 교회에 나와보니 심동철 장로님이 제설 차량으로 교회 주차장을 정리해놓고 가신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계단을 보니 눈이 쌓여 있기에 그냥 볼 수 없어서 치웠습니다. 그렇게 해놓고 집에 왔는데 그때부터 온 몸에 열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최근 수년간 앓은 감기 중에서 이번이 제일 심하였던 것 같습니다.
목요일이 되면서 몸이 조금씩 회복되었습니다. 내일은 새벽기도회를 나가서 인도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준비를 마치고 보니 금요일 새벽부터 눈이 온다는 일기예보를 접하고 다시 금토 새벽기도회를 취소한다는 연락을 구역장님들을 통해 전교우들에게 돌렸습니다. 예전에 부목사 시절에는 이런 기회가 주어지면 좋아했을 것인데, 이번에는 오히려 불편했습니다. 이유는 새벽기도를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몸은 피곤해도 새벽에 나와서 말씀을 전하고 그것을 붙잡고 기도함으로 큰 힘을 얻었는데, 그것을 하지 못하니 영혼이 더 곤핍해진다는 느낌을 받게 된 것입니다. 누군가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꼭 새벽시간에 교회당에 나와서 기도해야 해야만 되나? 집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물론 맞는 말입니다. 하나님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어디나 계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상하지요. 시간과 공간의 지배를 받는 인간이기에 시공의 영향을 피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배당이 중요하고, 새벽이라는 특정 시간대가 필요하고, 두세 사람 이상의 공동체가 함께 모이는 것이 너무나 소중하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새벽기도가 그렇게 힘들어서 불평했는데, 이것을 한주간 못하여서 힘들었다고 거룩한 불평을 하는 것을 보니, 이제 제법 목사티가 나는 것 같습니다. 뒤늦게 영적인 철이 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