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계지신(牝鷄之晨)—- 고현권 목사

빈계지신(牝鷄之晨)—- 고현권 목사

작년 여름 과테말라 단기 선교지에서 겪었던 일입니다. 하루 종일 선교사역을 하고 지쳐서 잠을 잤는데, 새벽 4시경에 그만 깨고 말았습니다. 그 이유는 “꼬끼오” 소리치는 닭울음소리때문이었습니다. 한 마리가 울기 시작하자 여기 저기서 연달아 닭들이 경쟁적으로 우는 것이었습니다. 과테말라의 대표 명물이 “뾰요 깜뻬로”(Pollo Campero)라는 프라이드 치킨입니다. 닭은 과테말라뿐만 아니라 모든 중남미 사람들이 집에서 많이 키우는 가금(家禽)동물입니다. 새벽에 소리내어 우는 닭은 성별로 따지자면 수탉입니다. 암탉은 새벽에 울지 않고 위험을 만났을 때 “꼬꼬댁 꼬꼬” 소리를 냅니다. 여기에 착안하여 나온 고사성어가 “빈계지신”(牝鷄之晨)입니다. 번역하면 “암탉의 새벽”이란 뜻입니다. 새벽에 우는 닭은 뭐라고요? 그렇습니다. 수탉입니다. 이것은 창조주가 처음부터 정해놓은 자연의 순리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거슬러 암탉이 울면 자연의 질서가 무너졌다는 징조입니다. 이 말은 중국 고대 국가인 은나라의 마지막왕 주왕과 관련하여 나왔습니다. 주왕이 달기라는 천하미색에 빠져서 이른바 “주지육림”(酒池肉林)의 방탐한 생활에 빠짐으로 말미암아 나라가 망하게 된 것을 지적하기 위해 만든 말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후대에 오면서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여성비하의 표현으로 오용되고 말았습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천지창조의 절정으로서 인간의 창조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창1:27) 하나님은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만드셨습니다. 하나님의 형상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인격과 성품을 뜻합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당신의 형상을 따라 사람을 만드시되, 남자와 여자를 만드셨다고 되어 있습니다. 창조의 질서 차원에서 남자가 우선으로 나올 뿐이고, 창조의 본질에서 있어서는 근본적으로 동등한 존재인 것입니다. 그런데 죄가 들어오면서 남성은 힘으로 여성을 굴복시키고 지배하는 대상으로 전락시켰고, 여성은 남성의 머리됨과 대표됨을 거부하고 도리어 주관하려는 무질서가 반복적으로 일어난 것입니다. 이것을 바로 잡으신 분이 예수 그리스되십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고후5:17). 그리고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남자와 여자 할 것 없이 하나 곧 동등함을 회복하게 된 것입니다(갈3:28). 하나님이 여자를 아담의 갈비뼈로 반드셨습니다. 이에 대해 18세기의 성경 주석가 매튜 헨리가 이렇게 해석한 것은 놀랍습니다. “하나님은 여자가 남자 위에 군림하도록 남자의 머리에서 만들지 않았다. 남자에 의해 짓밟히도록 남자의 발로 만들지 않았다. 남자와 여자의 동등함을 위해 여자를 남자의 갈비뼈로 만드신 것이다.” 얼마나 재치있고도 성경적인 가치를 담은 해석인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