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노벨문학상수상을바라보며— 전재성 목사

한강의노벨문학상수상을바라보며— 전재성 목사

한국시간으로 지난 10일 저녁 8시에 스웨덴 한림원은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 작가 한강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한강 작가에게 노벨 문학상을 수여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역사적 상처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다. 이번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의 쾌거는 123년 역사를 지난 노벨문학상에 최초의 한국인 수상자이자, 아시아 최초의 여성 수상이었다는 것이다.

    연일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과 관련 뉴스가 쏟아지면서 문학인들과 출판계는 한층 고조된 분위기이다. TV 여기저기에서 한강 작가의 책과 작품 소개가 봇물 터지듯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묵혀 있었던 한강 작가의 인터뷰 영상과 지난 기사도 다시 한번 회자하고 있다. 반면에 생뚱맞은 소식도 전해 온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폄훼하고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자기주장을 스스럼없이 드러낸다.

     계속되는 노벨 문학상 수상에 대한 축하와 격려의 소식 속에서 몇 가지 눈에 띄는 내용이 있어, 내 맘을 사로잡았다. 첫째는 “전쟁이 치열해서 사람들이 날마다 주검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 “이 비극적인 일들을 보면서 즐기지 말아 달라”, “스웨덴 한림원에서 상을 준 것은 즐기란 게 아니라 더 냉철해지라는 것이다”라는 세 문장이었다. 이는 한강의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이 기자회견을 하지 않겠다는 딸의 뜻을 기자들에게 전하면서 한 말이다. 정작 상을 받은 작가의 생각은 이러한데, 주변에 아무 상관 없는 이들만 요란을 떨고 있지 않나 하는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심지어 잔칫집에 떡은 못해갈망정, 초는 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몰상식하고, 몰인정한 훼방꾼들까지 요란하니 한없이 부끄럽고 창피할 따름이다. 둘째는 그녀가 8년 전 인터뷰했던 영상 중에 진행자가 그녀의 책을 읽지 못하고 “안 읽겠다. 뒤로 가면 너무 끔찍하다.”,  “어떻게 이런 책을 썼냐?”며 괴로워하자, 한강 작가는 “이 장면이 끔찍하고 불편한 건 사실”이라며 “읽지 마시라. 괴롭게 해드려 죄송하다”고 말한 장면이다. 한강 작가의 다른 책들을 읽었던 독자들의 공통적인 반응은 그녀의 소설을 읽는 동안 너무나 괴롭고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소설이지만 현실의 역사적 폭력과 상처를 나약한 인간들이 오롯이 몸으로 부딪쳐서 살아내는 처절한 삶의 노래이자 탄식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뼈에 각인되고, 심장에 아래 새겨질 만큼 강렬하고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주, 한 주간 새벽기도회에서 묵상할 말씀의 본문은 예레미야 애가서이다. 다섯 장의 짧은 말씀이지만 참 읽기 괴로운, 아니 읽기 싫은 말씀이다. 너무 무겁고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약한 인간의 모든 죄를 대신해서 심판의 고통과 징계의 상처를 십자가에 참고 견디며 이겨내신 예수그리스도를 생각하며 담담히 읽어 내려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