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높은 곳을 향하여(2)— 고현권 목사

저 높은 곳을 향하여(2)— 고현권 목사

제가 같은 제목으로 주보 칼럼을 적은 것이 있는데, 2022년 6월 5일 우리 교회 주보였습니다. 그 날 우리 모두가 존경하는 정규섭 장로님의 회고록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출판기념회가 열렸습니다. 장로님이 일평생 제일 좋아하던 찬송가가 “저 높은 곳을 향하여”인데 아예 이것을 당신의 회고록 제목으로 정한 것입니다. 특별히 이 찬송은 개인적으로 어릴 때부터 가장 좋아하는 찬송가 중의 하나이기도 하고, 제가 제일 존경하는 주기철 목사님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 제목이기도 합니다. 그때 제가 칼럼 말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정장로님은 본교회를 설립하고 지금까지 성장하는데 가장 헌신한 원로이십니다. 그리고 이 지역사회의 원로 지도자로 존경받는 분이십니다. 회고록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 드리며 본교회 모든 성도님들을 대표하여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부탁드립니다. 최소한 3년은 더 채우고 백수(白壽)하시기까지는 ‘저 높은 곳을 향하여’를 보류해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물론 생명은 주님께 속함을 인정하면서 말입니다.”

올해 10월이면 정규섭 장로님이 만 백세가 되십니다. 그런데 제가 그토록 간절히 기도했던 백수를 맞이하기까지는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올라가는 것을 보류해 달라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작년 연말까지만 해도 너무나 정정하셨던 장로님께서 올해 신년을 맞이하면서 건강이 급격히 쇠해지신 것입니다. 따님의 전화를 받고 찾아 뵌 장로님의 모습을 보고 순간 울컥하였습니다. 제가 왔다는 소리를 듣고 힘을 다하여 “목사님!”이라고 부르면서 제 손을 온 힘을 다해 꼭 잡아주셨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지치신 듯 깊은 잠에 빠지셨습니다. 이것을 지켜보시던 최인숙 권사님이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시다고 담담히 말씀하셨습니다. 따님의 이어지는 말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아버지가 정신이 있을때 마다 눈을 감고 부르시는 찬송이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랍니다!” 그 말을 듣고 잠드신 장로님의 귀에 제 입을 대고 그 찬송을 5절까지 불러드렸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한 후에 장로님 손을 붙잡고 부탁드렸습니다. “장로님, 지금은 너무 춥습니다. 조그만 더 견뎌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조금 더 날씨가 온화해졌을때 모든 분들의 환송 속에 저 높은 곳을 향하여 가시기 바랍니다.” 많은 분들이 정장로님을 뵙고 싶어하는 마음을 전해주셨습니다. 그러나 면역 때문에 방문을 삼가하는 것이 장로님과 가족을 배려하는 길이기에 성도 여러분들은 장로님이 이 땅에서의 마지막 여정을 믿음으로 잘 감당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새로운 소식이 있으면 그때 그때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