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 추억—- 교현권 목사

함박눈 추억—- 교현권 목사

제가 미국에 오기 전에 서울 사랑의 교회에서 고등3부를 2년 8개월간 담당하였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은 대학 입시 때문에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학원에 가느라 주일예배를 드리기가 어려운 형편입니다. 그래서 고등3부는 아예 예배를 오전 7:30분에 드렸습니다. 아이들이 한주간 공부에 시달리다가 아침 일찍 교회에 나와야 하는지라, 예배시작때에는 거의 잠긴 눈이 되었다가, 주님의 위로와 은혜 가운데 마칠 때는 눈이 활짝 열린 채 웃는 얼굴로 예배실을 나가곤 했습니다. 그때 담당했던 한 학생의 이름이 아주 특이했습니다. 함씨 성을 가진 아빠가 아들을 낳자 지어준 순 한글 이름이 “함박눈”이었습니다. 이름 때문에 종종 놀림을 당하였는데, 그 아이가 예배실에 들어오면 다른 아이들이 “와, 함박눈이 온다!”라고 웃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월요일에 정말 함박눈이 내렸습니다. 발목까지 잠긴 눈이 온 땅을 하얗게 덮었습니다.

군대에서 병사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함박눈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 많은 눈을 하루 종일 다 치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목사에게도 제일 힘든 것이 함박눈입니다. 왜냐하면 눈 때문에 예배나 새벽기도회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들은 이렇게 반문하실지도 모릅니다. “눈이 와서 예배나 새벽기도회가 취소되면 목사님은 쉴 수 있기에 좋지 않습니까?” 저도 목회 초년병 시절에는 그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눈 때문에 예배나 새벽기도회가 중단되면 마음이 대단히 불편하게 되었습니다. 눈 때문에 월요일에 구역장님들께 화요일과 수요일 새벽기도회를 쉰다고 통지하였습니다. 그런데 목요일 새벽 기도회를 마친 후에 타교회에 다니시면서 새벽을 나오시는 성도 한 분의 말씀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수요일 새벽에 나왔는데 교회당 문이 잠겨 있어서 그냥 돌아갔다는 것입니다. 그 분의 연락처를 몰랐기에 연락을 드리지 못했는데, 그런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감사하게도 아직 새벽길이 얼어서 운전하기 쉽지 않은데도 타교회 성도 포함하여 매일 8명 이상이 모여 새벽을 깨운다는 사실입니다. 한가지 더 감사한 것은 저의 연락을 받고 여러분의 성도님들이 오셔서 교회당 계단과 건물 둘레 길에 쌓인 눈을 깨끗하게 치우는 일을 한 것입니다. 이들의 수고를 격려하기 위해 한 권사님이 간식을 만들어 대접하셨습니다. 이제 예배나 새벽기도로 모이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목사로서 큰 위로를 받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