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부르심

뜻밖의 부르심

 

 

고현권 목사

스위스 제네바의 종교개혁자 존 칼빈(John Calvin, 1509-1564)의 원래 꿈은 조용한 곳에 가서 일생을 저술하면서 사는 것이었습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스트라스부르 (Strasbourg)로 가던 중에 전쟁이 일어나 길이 막히는 바람에 잠시 들린 곳이 바로 제네바였습니다. 칼빈이 머물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 기욤 파렐(Guillaume Farel, 1489-1565)이 그를 찾아와서 제네바의 종교개혁을 맡아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칼빈의 대답은 당연히 “No”였습니다. 사흘 내내 붙잡고 통사정하며 설득했는데도 거절하자, 파렐이 버럭 화를 내면서 다음과 소리쳤다고 합니다. “만일 이 긴급한 요청에 당신이 끝내 거절한다면, 하나님께서 당신이 추구하는 평안한 삶에 저주를 내리실 것입니다!” 파렐의 외침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한 칼빈은 결국 이 “뜻밖의 부르심”을 따라 종교개혁가의 길을 걸어가게 되었습니다.

바울의 꿈은 오늘날의 터키지역인 소아시아(Asia Minor)에서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가는 곳마다 성령께서 길을 막으시는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밤 환상 중에 마케도니아 사람의 손짓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리로 건너와 우리를 도우라!” 이 “뜻밖의 부르심”에 순종하여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던 에게해 건너 마케도니아로 건너가게 되었고, 거기서 유럽의 선교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뜻밖의 부르심은 위대한 하나님의 사람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동일하게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개입하셔서 우리가 꿈꾸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인도하실 때에 놀라기도 하고 불평하기도 하며 좌절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하나님의 뜻밖의 인도 하심은 고난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간 후 뒤돌아 보았을 때, 비로소 하나님이 그렇게 개입하시고 인도하신 이유를 발견하게 되며, 그 모든 결말은 언제나 감사와 행복이라는 것입니다. 지금 삶 속에 하나님의 뜻밖의 부르심과 인도하심을 받고 있습니까? 그 인도 하심을 피할 수 없을진대, 억지로가 아닌 당당함으로 받아들이고 감당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