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전하지 않을 수 없어서

그래도 전하지 않을 수 없어서

 

고현권 목사

 

옥한흠 목사님이 생전에 미국에 오셔서 이민 목회자를 위해 이틀에 걸쳐서 제자훈련 특강을 하셨습니다. 옥목사님이 강의 중에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으셨습니다. 어느 교회의 말씀 집회에 초청을 받든지, 어느 단체에서 주관하는 목회자 세미나의 강사로 초청을 받든지 간에, 자신에게 늘 요구되는 주제는 “제자훈련목회”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자신을 매우 힘들게 만드는 일이라고 토로하셨습니다. 여기까지 듣던 많은 목회자들이 조금 의아했습니다. 한국 최고의 제자훈련목회 대가에게 제자훈련목회라는 주제는 이른바 ‘땅 짚고 헤엄치기’만큼 쉬운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다음 순간 모든 목회자들이 숙연해졌습니다. 옥목사님의 말입니다. “물론 저에게는 제자훈련목회 강의가 너무 쉬운 주제입니다. 문제는 제자훈련목회를 주제로 강의할 때마다 제 마음 속에 ‘너는 지금 예수님의 제자로 살고 있는가? 과연 너의 강의 내용 그대로 살고 있는가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서 예수님의 제자로 살도록 강의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양심의 소리가 들립니다. 그래서 제일 피하고 싶은 강의주제가 바로 제자훈련목회입니다. 그런데 제가 왜 할 수 밖에 없냐 하면, 비록 제가 그렇게 온전히 살지는 못할지라도 예수님의 제자로 사는 것이 바른 길이고, 저 또한 부족하나마 그렇게 살기를 사모하며 몸부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통을 감내하면서 제자훈련목회를 강의합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성도들에게 전하는 설교자의 고민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말씀을 준비하고 선포하는 가운데 많은 양심의 소리를 듣기 때문입니다. ‘네가 전하는 말씀의 내용과 너의 삶이 일치하는가? 그렇지 않은데 어떻게 전하는가?’ 많은 좌절을 맛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그 말씀의 내용이 진리이기 때문이고, 전하라고 부름 받았기 때문이며, 한참 멀고 부족하지만 그렇게 살고 싶은 처절한 몸부림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이 거룩한 부담에서 잠시 벗어나 쉴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주님과 성도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재충전하고 돌아와서 뵙겠습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