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서 장로님께

임경서 장로님께

 

고현권 목사

 

장난전화인 줄 알았습니다. 만우절인줄 알았습니다. 오전 중에 최진이 집사님께 전화했을 때만 해도 며칠 나가지 못한 가게에 필요한 물건을 준비해주는 일로 잠시 다녀온 후에 저에게 직접 전화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끝내 임 장로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습니다. 대신에 아버지 임재호 장로님의 통곡하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 순간 하늘이 노래졌습니다. 제 머리 속이 하얗게 되어서 한동안 정신 나간 사람처럼 망연자실하게 주저앉았습니다.

 

사랑하는 임경서 장로님! 저와는 딱 열살 차이가 나지요. 연로한 어른들이 다수인 교회에서 나이 마흔의 젊은 나이에 장로가 되면서 곧바로 부임한 저와 아름다운 동역을 시작하게 되었지요. 공자님이 나이 사십을 “불혹”(不惑)이라 했다지요? 제가 보고 경험한 임 장로님은 아직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문자 그대로 그 어떤 것에도 혹하여 치우치거나 흔들림 없이, 늘 하나님 중심, 교회 중심, 그리고 교회의 미래를 책임질 다음 세대 중심으로 움직이셨지요. 제가 지치거나 힘들어하면 눈치 빠른 임 장로님은 언제나 저에게 격려와 위로와 소망을 아끼지 아니하셨지요. 얼마 전에 EM의 가정들이 여러 갈등으로 인해 교회를 떠나겠다고 결정하고 알렸을 때에 그 분들을 붙잡고 두 시간 이상 설득하고 매달리다시피 애원하던 사랑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장로님의 마음을 아신 하나님이  마침내 그분들의 심정을 바꾸어 주셨는데, 그 소식을 전하면서 아이처럼 기뻐하던 흥분된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를 맴돕니다.

 

임경서 장로님! 사랑하는 아내와 생명보다 더 사랑하는 아들 준이를 두고 떠나시는 심정은 오죽하셨겠습니까? 그날 수요일 아침에 학교에 가기 전에 아빠의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해주던 아들 준이가 아빠의 천국 행을 듣고서 받을 충격 때문에 차마 말하지 않고서 학교에 보냈다는 최진이 집사님의 통곡소리에 제 마음이 끊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 현실로 받아들여야만 하는데, 아직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그 해맑은 얼굴로 “목사님, 놀라셨지요? 저 이렇게 무사해요!”하면서 제 방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습니다. 그 동안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주 안에서 사랑합니다. 주님의 품 안에서 편히 쉬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