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간의 갈등을 바라보면서

한일간의 갈등을 바라보면서

                                                                                                                          고현권 목사

   지난 8월 2일에 일본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 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했습니다. 수많은 부품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던 한국이기에, 대다수 국민들이 충격과 분노에 휩싸여 있는 것을 인터넷을 통해서 접할 수 있었습니다. 당장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일본 여행을 계획했던 다수의 사람들이 취소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스시나 우동 같은 일본 음식을 판매하는 일식당들 조차 30% 이상 매출이 감소했을 정도라고 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에 축구나 권투에서 한일간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중계하는 캐스터가 항상 하던 표현이 있었습니다. “숙명의 라이벌전” 그리고 경기를 지켜보던 어른들의 입에서 이런 말이 쏟아지곤 했습니다. “일본놈 죽여라!” 처음에는 저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 표현이 대단히 불편하게 다가왔습니다. 그것은 제가 믿는 복음의 내용 때문이었습니다. 용서와 회복이 복음의 본질일진대, 그것을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누리는 그리스도인의 입장에서는 그런 관점과 표현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끝까지 자신들의 과거를 반성하지 않고 적반하장의 망언을 쏟아내는 극우적인 인사들이나, 이것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현 일본 정권에 대해서는 분명히 공의적인 측면에서 그 잘못을 지적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곧 일본이 아니며, 일본인 전체의 생각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기에, 일본에 대한 반감이나, 일본인에 대한 혐오감으로는 발전하지 않아야 합니다. 어느 정치인이 점심식사 시간에 일식당에 가서 식사하고 반주를 한잔 했다고 친일로 몰아치는 한국의 일부 언론과 정치권 논평이 제 가슴을 너무나 아프게 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죄에 대한 하나님의 미움과 공의의 심판, 동시에 죄인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과 긍휼이 기막히게 조화를 이룬 현장입니다. 하나님이 미워하신 것은 죄이지, 죄인이 아닌 것입니다. 이것 때문에 예수님은 배신한 베드로를 기꺼이 용서하고 다시 제자로 받아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미워해야 할 것은 죄요, 그 죄의 배후에 있던 악한 영이지, 연약한 형제자매가 아님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때로 불편하게 여겨지지만, 그들은 여전히 우리의 사랑의 대상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