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행진 목사님 가정을 떠나 보내고

이행진 목사님 가정을 떠나 보내고

고현권 목사

이행진 목사님 가족이 지난 주일 사임하고 아틀란타로 떠났습니다. 이틀전에 전화를 했더니, 아틀란타 가는 길에 많이 알려진 몇몇 곳을 둘러보면서 가는 바람에 아직 아틀란타에 들어가지 못했노라고 했습니다. 아시는 대로 이행진 목사님은 저희 교회가 담임목사가 공석인 어려운 상황에서 긴급하게 부임하여 성도들과 동고동락했던 신실한 사역자였습니다. 나이에 비해 성숙하고 진지하며, 사리분별이 정확하고, 언제나 주님 중심으로 생각하던 속깊은 목사님이었습니다. 이목사님은 이른바 “PK” 즉 목회자 자녀(pastor’s kid)입니다. 개척교회의 목회자 자녀로서 성장하였기에, 교회에 대한 사랑과 균형잡힌 시각, 그리고 목회자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남달랐습니다. 저와는 호흡이 얼마나 잘 맞았는지, 제 눈빛이나 손짓만 보고도 제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시원하게 해결해주던 “효자손”같은 존재였습니다.

요즘 한국교회의 대세(?)가 목회자 자녀에게 교회를 물려주는 이른바 “세습”이라는 슬픈 소식을 접합니다. 이목사님의 부친은 부천에서 교회를 개척하여 현재 1,500명 정도 출석하는 중형교회를 목회하고 계십니다. 주변에서 이목사님께 이제 그만 미국에서 고생하고  한국에 가서 아버지를 이어 목회하라는 권유가 많았다고 합니다. 제가 조심스럽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목사님의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아버지는 아버지의 길이 있고, 저에게는 하나님이 주신 저만의 길이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생되더라도 그 길을 가겠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꿈은 성도수 몇십명의 작은 교회에 부임하여 건강한 교회로 바로 세우는 것이라면서 목회비전을 공유했습니다. 그 단호함과 결연함에 묻는 제가 오히려 부끄러울 지경이었습니다.

그리고 조은애 사모님의 내조와 헌신에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언제나 밝은 대학생 같은 미소로 어르신들을 대하며, 제일 어린 꼬마 성도들인 유아 유치부 친구들을 자원하여 섬기셨습니다. 사랑스런 두 아들 예찬이와 은찬이가 벌써부터 눈에 밟힙니다. 그 녀석들과 장난치면서 저 역시 동심에 젖어들었고, 그 어린 동무들을 통해 잠시나마 목회의 고단함을 잊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아틀란타 성약장로교회에서 새로운 목회를 시작하게 될텐데,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제 신학교 후배이지만, 훨씬 더 깊고 풍성한 영성을 지닌 황일하 목사님과 동역하기 때문입니다. 부디 귀한 사역을 감당하고, 언젠가 그가 꿈꿨던 그 꿈을 이루어가길 기도합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축복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