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과”: 고현권 목사

“선악과”: 고현권 목사

여성에게 없는 남성의 신체적인 특징 중의 하나가 울대뼈입니다. 그런데 울대뼈는 영어로 “Adam’s apple”이라고 합니다. 문자 그대로 옮기면 “아담의 사과”입니다. 왜 울대뼈를 “Adam’s apple”이라고 했을까요? 전설에 의하면, 아담이 하와의 말을 듣고 하나님이 금하신 선악과인 사과를 깨물어 먹는 순간에 하나님이 나타나시니까 그만 놀라 꿀꺽  삼키다가 그만 목 중간에 걸리는 바람에 이것이 울대뼈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서양 사람들은 선악을 알게하는 나무의 과실, 즉 “선악과”를 사과라고 생각합니다.물론 성경에는 선악과가 구체적으로 무슨 종류의 과일인지에 대해 밝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서양사람들은 선악과를 사과라고 생각하게 되었을까요? 저도 이 부분에 대해 정확한 지식이 없었기에 인터넷을 통해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주간동아 1135호에 실린 권재현 기자의 기사를 읽고서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히브리어로된 구약성경과 헬라어로된 신약성경을 라틴어 성경으로 번역한 사람은 초대교회 사대 교부 중의 하나로 추앙받는 제롬(Jerome, 347-420)입니다. 성경언어에 탁월하였던 제롬은 391년부터 406년에 걸쳐 라틴어로 된 성경을 번역하였습니다. 제롬은 실과를 라틴어 “malum”(말룸)으로 번역했습니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단어가 “malus”(말루스)인데, 이 단어는 모음 ‘a’를 어떻게 발음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짧게 발음하면, “악한”(bad, evil)이 됩니다. 반면 길게 발음하면, 그 뜻이 사과가 됩니다. 여기서 일종의 언어유희(word play)가 생기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인류를 원죄의 유혹에 빠지도록 만든 선악과가 바로 악한 사과였다는 것입니다.

선악과는 그 열매에 어떤 선과 악을 일으키는 신비한 물질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도리어 선악과는 하나님과 우리 인생의 관계를 보여주는 일종의 은혜의 수단입니다. 자신이 하나님에 의해 지음받은 피조물임과 전적으로 하나님께 의존해야만 존재를 유지할 수 있는 의존적 존재임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존재함을 날마다 인정하고 겸손하게 살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이 선악과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선악과를 따먹는다는 것은 하나님의 창조주되심과 주권자 되심을 부인하고 자기가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어 자기 뜻대로, 자기 행복과 영광을 위해서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입니다. 이것은 하나님과의 관계단절이요, 죽음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선악과를 따먹는 날에는 정녕 죽으리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날마다 우리의 삶의 모든 영역에 선악과를 두고 하나님의 왕되심을 인정하는 삶을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