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단상 —— 고현권 목사

낚시 단상 —— 고현권 목사

한달 여전 주일예배후 친교때에 집사님들이 바다낚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지나가는 말로 ‘저도 한 번 가고 싶은데 시간이 잘 나지 않네요.’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당회에서 저에게 별도의 특별휴가를 주셔서 두주간 쉼을 얻게 되었습니다. 저의 휴가 광고를 접한 집사님 한 분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목사님, 괜찮으시면 저랑 바다낚시 가실래요?” 휴가라고 해서 딱히 갈 데도 없고 그저 집에서 밀린 잠을 푹 자면서 책이나 보고 시간을 보낼 형편인지라, 집사님의 바다낚시 제안은 너무나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그런데 낚시하러 가는 곳이 거의 2시간 30분 떨어진 바닷가이기에 새벽 4시에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날이 밝아오면서 주변의 경치가 얼마나 좋은 지 그 자체가 저에게 힐링을 선물하였습니다.

도착후에 집사님이 능숙한 솜씨로 네 대의 낚시대를 펼치고 미끼를 끼운 후에 바다를 향해 던졌습니다. 저도 예전에 몇 번 해본 적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낚시를 던져 넣었습니다. 작은 바늘을 사용하는 낚시대는 조그만한 물고기를 잡는 용도라서 그런지 금방 입질이 되면서 제법 잘 잡혔습니다. 반면 큰 바늘을 사용하는 큰 낚시대는 거의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던 중에 큰 낚시대에 입질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얼마 가지 않아서 낚시대가 밑으로 쑥 내려가는 것을 보고서 당겼더니 16.5 인치 짜리 물고기가 잡혀 올라왔습니다.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러면서 오늘 많이 잡겠다는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그래서 낚시를 던져넣고 낚싯대 끝에 시선을 고정하였습니다. 입질 반응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서 당겼는데 번번이 실패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 조급해지고 낚싯대 끝을 바라보는 눈이 피곤해졌습니다.

그러던 중 옆을 보니 집사님의 모습이 너무나 여유로웠습니다. 입질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낚싯대를 당겼다가 잡히지 않으면 무심하게 미끼를 갈아 끼우고 던진 뒤에 의자에 기대어 자연을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집사님의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물론 물고기를 잡으면 기분이 좋지만, 그것 이상으로 낚시하러 오는 것 자체가 주는 기쁨을 즐기는 집사님의 모습에 큰 도전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좋은 곳에 우리 교회 성도님들도 함께 와서 하루를 낚시하면서 자연을 즐기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사님, 낚시대회 한번 준비해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