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강술래와 페리코레시스— 고현권 목사

강강술래와 페리코레시스— 고현권 목사

지난 9월 29일이 한국에서는 추석이었습니다. 제 신학교 동기 목사님이 저의 고향인 경북 구미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데, 이 분이 저에게 구미의 추석 달이라면서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셨습니다. 고향의 추석 보름달을 보는 순간, 코끝이 찡했습니다. 동시에 어머니와 추석 전날에 송편 만들던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집 앞 야산에 가서 뜯어온 솔잎을 솥 밑에 깔고 쪄낸 송편을 먹으면서 행복해 하던 그 시절이 그립기만 합니다.

추석날 둥근 보름달 밑에서 여인들이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면서 추는 춤이 강강술래였습니다. 예전에는 강강수월래(强羌水越來)라고 쓰이기도 했습니다. 이것의 의미는 “강한 오랑캐가 물을 건너온다”는 뜻인데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왜군에게 부족한 수군의 숫자가 많게 보이기 위해 여인들에게 남자 복장을 입힌 뒤에 손을 잡고 산을 빙빙 돌게 하였습니다. 바다에서 그 모습을 본 왜군들이 조선의 수군이 많음을 알고 공격을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된 것이지요. 그러나 강강술래는 고대시대로부터 내려오던 여인들의 전통 놀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다고 민속학자들이 말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아버지 하나님과의 관계를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는 내 안에 있고 나는 아버지 안에 있다!” 이것을 표현하는 헬라어가 “페리코레시스”(perichoresis)입니다. 이 말은 “손에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빙빙 돈다”는 뜻입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손을 잡고 하나가 되어 원을 그리면서 안으로 들어갔다가 밖으로 나갔다 가를 반복하면서 아름답게 춤을 추는 것입니다. 성부, 성자, 성령 삼위 하나님은 각각 인격적으로 독립된 분이십니다. 그러나 동일한 신적 본질을 가지고, 동일한 목적을 위해 늘 함께 한 마음으로 일하시는 분이십니다. 이것을 표현한 말이 “페리코레시스”입니다. 교회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공동체입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 몸을 이루어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를 용납함으로 한 몸을 이루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교회는 우리가 믿는 삼위일체 하나님을 온 세상에 드러내는 사명을 감당하는 것입니다!